에니어그램 3번유형 Ep.12 : 내가 틀렸다는 사실 앞에서
2025. 5. 7. 16:39ㆍ자기성찰시리즈 -3번의일상일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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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엔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니었다.
그냥… 현실이 말했다.
“네 계획, 또 틀렸어.”
그 순간
눈앞의 실패보다
예전에 실패했던 모든 순간이
한꺼번에 나를 덮쳐왔다.
예전에 시작했다가 망했던 일.
시간과 에너지를 들였는데 돌아오지 않았던 관계.
믿고 밀어붙였다가
끝내 무너졌던 선택들.
그 모든 실패들이
줄줄이 끌려 올라오면서
이 말 하나를 속삭인다.
“넌 원래 잘 안돼.”
누가 욕한 것도 아니고
누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
나 자신이 가장 무서운 말들을 쏟아낸다.
“또 이러지.”
“이걸 왜 또 몰랐지?”
“이쯤 되면 멍청한 거 아냐?”
“애초에 능력 없던 거지.”
이게 현실의 무게보다 더 무서웠다.
내가 나를 의심하기 시작할 때,
그게 진짜 무너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니까.
어제는 다행히
큰 말 없이
감정 폭발 없이
조용히 지나갔다.
하지만
그걸 버티느라
내 안에서 뭔가 다 소진됐다.
몸도 지치고,
표정도 가라앉고,
마음은 도망치고 싶어졌다.
이제는 안다.
실패보다 더 무서운 건
그 실패를 껴안고 있는 내 안의 목소리들이다.
그 목소리를
당장 잠재우진 못해도
오늘 하루만큼은
조금 멀찍이 떨어뜨려 두고 싶다.
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.
지금 이 흔들림조차
내가 나를 다시 붙잡는 시간일 수 있으니까.
실패는 나를 쓰러뜨리지 않는다.
진짜 무서운 건, 실패를 껴안은 내 안의 목소리다.
그 목소리에 휘둘리지 않는 오늘이 되길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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