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25. 4. 17. 10:46ㆍ자기성찰시리즈 -3번의일상일기
오늘 아침,
출근길에 차 안에 앉아 있는데
갑자기 낯익은 압박이 밀려왔다.
말 그대로 갑자기였다.
원인을 딱 짚을 수 없는 종류의 긴장.
눈앞에 뭔가 닥친 것도 아닌데
속에서부터 “가기 싫다”는 감정이 올라왔다.
무의식이 먼저 말한 거다.
"너 지금, 익숙한 위기 속에 있어."
사실 요즘 나는
꽤 바쁘다.
아주 오랜 시간
정체되어 있던 삶에서
드디어 내 인생의 ‘길’이 보이기 시작했고,
그 길을 따라 뭔가 해보고자
여러 일을 동시에 시도하고 있다.
예전 같았으면
“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”라고 스스로 칭찬했겠지만
오늘 아침은 달랐다.
그 전조처럼 올라오는 압박감이
나를 딱 붙들었다.
순간 떠올랐다.
몇 년 전,
내가 감당하지 못할 일을 떠안았던 시기.
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었고,
애초에 맞지도 않는 일이었지만
어쩔 수 없이
그걸 몇 개월간 책임져야 했던 적이 있다.
그 시절,
매일 아침이 고통이었다.
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부터
마음 한구석에 짓눌리는 무게.
집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웠고,
출근길은 고문처럼 느껴졌다.
결국 그 시기는 지나갔지만,
나는 무너졌고,
정서적으로 완전히 피폐해졌었다.
그런데 오늘.
그 시절 아침 출근길의 감정이,
그 모습 그대로 다시 올라온 것이다.
이건 단순한 긴장이 아니라
내 무의식이 기억해낸 공포였다.
이대로 가다 보면
다시 번아웃이 올 것 같고,
지금 내 분주함이 또 나를 망가뜨릴 것 같고…
그때 나는
조금 멈췄다.
내가 할 수 있었던 건
단 하나,
기억을 떠올리는 것.
그 시절에도,
비록 힘들고 억지로 버텼지만
나는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고
그 시간도 결국 내 삶의 일부로 흘러갔다.
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
오늘 아침의 압박이 조금씩 걷혔다.
그때도 괜찮아졌었잖아.
그때도 결국 나는 잘 해냈잖아.
사람은
지금의 감정만 믿으면
쉽게 흔들린다.
기억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.
그걸 생각하자
내 발걸음이
조금 더 가벼워졌다.
놀랍게도.
오늘의 성찰
압박감은 다시 찾아왔지만,
나는 예전처럼 휘청이지 않았다.기억을 꺼내보는 일.
그 안에 담긴 내가 버텼던 증거들.오늘은
감정이라는 거짓을
기억이라는 진실로 덮어낸 하루였다.그래서 오늘은
그냥 출근한 하루가 아니라,
내 삶의 회복이 다시 한 걸음 전진한 날이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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