에니어그램 3번 유형 : 길이 보인 날, 나는 숨을 쉬었다

2025. 4. 15. 23:37자기성찰시리즈 -3번의일상일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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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번으로 살아간다는 건,
‘아무것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시간’을
존재 자체의 고통으로 느낀다는 뜻이다.

그 시간이 얼마나 길었느냐고?
나는 무려 20년을
이뤄내지 못한 나로 살아왔다.
뭘 하든 끝까지 가지 못했고,
중간에 무너졌고,
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
내 속의 텅 빈 공간이 너무 컸다.

그리고
그중에서도 최근 2~3년은
거의 피폐하게 버텨온 시간이었다.

의욕도, 열정도,
심지어 가능성조차
느껴지지 않던 시간.
3번에게 그런 나날은
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 같지만,
사실은 살아 있지 않은 느낌이다.

그나마 최근 1년,
나는 조금씩 정신을 차려가고 있었다.
지금까지와는 다르게
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,
나를 조금 더 건강하게 회복시키기 위한 시도들.

완벽하지는 않았지만,
하루하루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
붙들었던 시간이었다.


그리고 오늘,
길이 보였다.

지금까지 해왔던 흐릿한 생각들,
흩어진 계획들 중 두 가지가
현실로 옮길 수 있는 구조로 연결되었다.

길이 생겼다는 말이,
이렇게 마음을 살게 만들 줄은 몰랐다.
하나의 방향이 생기자
이전에 메모해뒀던 것들,
한참 전에 포기했던 것들이
갑자기 맥락을 가지며 이어졌다.

어떤 퍼즐 조각은
시간이 지나야만
그 의미를 드러낸다.


주변 몇 사람과 얘기해봤다.
해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왔고,
이건 말뿐이 아니라
실행을 전제로 한 현실감이 있었다.
그 말들이
내 마음에 작은 안정감을 줬다.

물론,
그만큼 부담도 같이 올라왔다.
“이걸 정말 내가 해낼 수 있을까?”
다시 실패하면 어떡하지?
예전처럼 중간에 놓아버리면?

그런데,
오늘은 그 불안보다
이 방향이면 된다는 감각이 더 강했다.

오늘은 숨을 쉴 수 있었다.
처음으로, 내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.


오늘의 성찰

나에게 시간은
무의미하게 흘러간 게 아니었다.

무너지며 견디던 그 긴 시간 속에서도

오늘의 이 길은
아주 조용히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이다.

이제야 나는
다시 내 발로 설 수 있을 것 같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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